이 게시글은 21년도에 작성되었던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2023학년도에 편입학 성공 후 학교에 재학중입니다.
21년 초에 입대한 후 첫 1주일 동안 1인 격리를 했었다.
원룸 같은 공간에 침대, 책상, 책만 덩그러니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이 곳에서 9일을 지내야 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핸드폰도 없이 흰 벽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불안감이 찾아왔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학교와 관련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마음도 혼란스러워졌다.
그 때 가방 속에서 집에서 가져온 수첩을 찾았다.
이 수첩에 편입을 준비하게 된 동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글로 옮겨 적으며 머릿속이 서서히 정리되는 것 같았다. 마치 생각의 짐을 하나씩 덜어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훈련소에서는 1인 격리 후에 개인 물품을 반출해야 했기 때문에 수첩을 집으로 보냈다.
몇 달 후 자대에 배치받고 그 곳에서 군 생활에 열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편입 준비를 시작하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점차 편입에 대한 동기가 줄어들었다.
결국, 수첩을 부대로 다시 가져와 왜 군대 안에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편입을 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나 스스로 이해가 되어야 편입 준비를 계속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편입을 준비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동기를 받았으면 좋겠다. 내 경험과 고민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편입 준비하는 이유
전적대에 입학했을 때, 나는 특별한 기대 없이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목표는 단순했다. 서울과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하며, 컨퍼런스와 해커톤에 참여해 실력을 쌓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 서울 근처라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 흐지부지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학교와 근처 지역에서의 기회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코로나19 초기라, 많은 활동이 취소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제한되어 군 입대를 결심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대외활동이나 기타 기회들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매우 다양했다. 몇몇은 학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학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당시 나는 알고리즘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으나 학교에 그런 동아리가 없었다.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학교의 위상이 낮게 느껴졌고 마음 한 켠에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결국, 2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점점 더 '이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1. '개발'에 대한 무관심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1학년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팀을 이루어 개발을 하려는 시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커톤 참여를 원했지만, 팀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동아리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소규모였고 이 경험만으로 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교내 VR 강의에 참석했을 때, 강의장에는 주로 외부인과 소수의 학생만 있었고, 동기들을 만나기는 더욱 어려웠다. 강의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코드를 따라 쓰는 것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다.
학교 내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 부족을 실감하며, 다른 지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acmicpc.net에서 우리 학교의 순위는 낮았다. 이 순위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학교 내 알고리즘에 대한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알고리즘 대회에 학교 사람들이 참가할지 의문이었다. 알고리즘을 입문하게 되면 모두가 알고 있는 백준 사이트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취업을 위해서라도 알고리즘 지식이 필요하지만, 학교 수업만으로는 알고리즘을 충분히 배울 수 없었다. 정확히는 교수님이 알려주시는 내용들이 기초적인 이야기들 뿐이었다.
알고리즘 수업이 자료구조 수업을 다시 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수업 구성도 그렇게 되어있었다. 너무 아쉬웠다.
2. 학생들 간의 편차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미 졸업한 형들에는 개발에 대한 열정을 보이며 노력했고 나도 그런 형들을 본받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대외활동으로 실력을 다져 개발 회사에 취업한 한 형은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대단한 형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개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주로 학점 관리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활동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동기들과 함께 개발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꿈꿨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 수업 개설의 이상함
3-1. 시간표 몰아서 배치하기
2학년 2학기에 핵심 과목들이 모두 같은 시간에 열렸다.
네트워크 개론, 알고리즘, 자료구조,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중요한 수업이 모두 화목 5-6교시에 배치되어 있었다.
교수님들에게 편한 시간일 수 있겠지만, 우리같은 학생들은 어떻게 이 모든 수업을 들으라고 이렇게 열었는지 알 수 없었다.
3-2. 수업 내용의 차이
분명 같은 과목인데 학교별로 배우는 것이 천차만별이라고 느꼈다.
이걸 처음 느낀 것은 1학년에 전자공학 전공의 타 대학 학생이 나에게 C언어 과제 질문을 할 때였다. 이 친구 대학은 하늘에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컴퓨터 전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솔직히 그 때 과제를 받았을 때 숨이 턱 막혔다. 컴퓨터 전공도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과제를 내줄까 싶었다.
끝내 한 문제는 내가 풀지도 못하고 포기했었다. 그 때 못 풀었던 그 한 문제 때문에 정말 많이 반성했다.
시간이 지나 입대 후 자대에 와서 부대 내 다른 학교의 컴퓨터공학과 학생들과 이야기를 종종 나눌 수 있었다.
업무 중에 스프링으로 개발을 해야 할 기회가 생겨서 그 당시 전공책이었던 이것이 자바다를 사무실에 놓고 모를 때마다 참고했었다.
어떤 대화를 하다가 '이것이 자바다'라는 책이 우리 학교 전공 교재라고 말했다. 후임 형이 자바를 학교에서 배우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 형은 자바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는 스스로 공부해서 익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발을 하면서 자바의 기본 개념뿐만 아니라 복잡한 내용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전적대에서의 웹 프로그래밍 수업을 돌이켜보면 기본적인 자바스크립트 문법만 배웠다는 것도 이 때 느끼게 되었다.
편입 후 새로운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니 이전의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같은 알고리즘 수업이라도 내용이 훨씬 깊었다. 분할 정복부터 시작해 DP, 그리디, 백트래킹 등 알고리즘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교수님은 Online Judge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모든 학생이 문제를 풀어볼 수 있도록 장려하셨다.
시험은 어려워 좋은 학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배운 것이 많았고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4. 시설의 열악함
2020년 말, SW빌리지가 새로 조성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인테리어를 개선하는 것으로 새로운 건물을 지을 계획은 아니었다.
공과대학이 없고 소프트웨어 관련 학부만 있는 현 상황에서 더 나은 시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황이 해결되었다. 자퇴 서류를 제출하고 1층을 둘러보았는데 인테리어가 완료되어 시설이 잘 조성된 것을 보았다.
프로젝트 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직접 학교에 다닐 때 이런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5. 소규모의 공대 환경
이건 사람마다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아쉬웠던 점은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전적대에서는 공대라고 할 수 있는 학과가 소프트웨어학부만 있기 때문에 규모가 매우 작다고 느꼈다.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편입 후 실제로 학교에 와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들의 배경이 매우 다양했다.
전공이 다양한 것은 물론 기대 이상으로 다른 전공 학생들도 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사람들도 많고 각자가 열심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려는 모습 덕분에 프로젝트를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6. 주변 상권이 열악하다.
강원대 주변을 보면 먹거리, 놀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기 중에는 형, 누나들과 함께 강원대 상권까지 가서 밥 먹으러 간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적대 주변은 상황이 달랐다. 맛집을 찾기는커녕, 음식점이라고 할 만한 곳조차 드물었다. 식당, 술집, 그 외 상가가 대략 1:1:1 비율로 존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택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시험 기간이 끝나고 놀 시간이 되면, 갈 곳과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1차, 2차 장소는 항상 같은 곳이었다.
학교 부설 병원 근처에는 큰 길을 따라 술집이 즐비한 길거리가 있다. 늦은 밤이 되면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인도가 좁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서 있어 마치 담배 전용 도로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 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
7. 학벌 컴플렉스
7-1. 지인들이 대학 존재를 모름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적대의 존재를 거의 알지 못한다. 솔직히 자존심이 좀 많이 상했다.
일상 대화 중에 학교 어디 나왔냐는 질문을 하게 되면, 좋은 학교들의 반응은 대체로 ‘오…’, '공부를 잘했겠네' 같은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대부분 '아…' 하고 끝나는 반응이 돌아와서 부끄러웠다.
그 찰나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는 많았을 것이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수도권 학교들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부대 안에서 편입 고사를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전역 후에도 1년 더 공부해볼까 싶었지만 웹 개발에서 흥미를 느껴 영어 수학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또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게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았다.
7-2. 실제적인 수준 차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보낸 시간 동안, 나는 더 나은 학교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성장을 느꼈고, 학교에서만 지내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배웠다.
하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했던 지역거점국립대학(지거국)이었다. 지방에 위치하긴 했지만,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해 입학한 만큼 충분히 우수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로도 이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결론
편입 준비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학교의 간판을 넘어선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 글이 편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작은 동기가 되길 바란다. 어떤 학교에 다니든 자신의 길을 찾아 열심히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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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전공 관련, 프론트엔드 개발 지식들을 공유합니다. React, Javascript를 다룰 줄 알며 요즘에는 Typescript에도 관심이 생겨 공부하고 있습니다. 서로 소통하면서 프로젝트 하는 것을 즐기며 많은 대외활동으로 개발 능력과 소프트 스킬을 다듬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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